'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출간
2003년 길상사 대담 책으로 묶어
이 책은 원래 최인호 생전에 법정 기일에 맞춰 출간될 계획이었다. 2013년 9월 세상을 떠나기 전 최인호는 병이 깊은 중에 법정 스님 입적 시기를 전후해 책을 펴내라는 유지를 남겼고, 그 뜻은 2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책 제목과 구성은 최인호 뜻을 그대로 살렸다.
최인호와 법정의 인연은 속세에서 20여 년간 이어졌다. 첫 만남은 1980년대 초반 잡지사 샘터에서였다. 소설 ‘가족’에 미주알고주알 공개되는 가족사에 대해 부인이 화를 내지 않느냐고 법정이 질문하자 그는 쓸데없는 내정 간섭을 받은 것처럼 반감을 가졌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불교에 심취해 전국 절을 돌아다니며 경허 스님 일대기 ‘길 없는 길’을 연재하던 무렵 법정과 그는 깊은 교감을 나눴다. 수행자로 대하는 듯한 따뜻한 눈길에 그는 스님의 법제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는 것이다.
열 번 남짓한 만남을 통해 수필가와 소설가로서 당대를 대표한 법정과 최인호는 서로를 응원하고 독려하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최인호 대표작 ‘길 없는 길’은 이날 “불교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라는 그의 말에 “쓰고 싶어하면 언젠가는 쓰게 되겠지요. 업이란 것이 그런 것입니다”라는 법정의 한마디 응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