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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1-21

    [디지털타임] 마지막 거처에서 남긴 법정스님 삶의 메시지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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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처에서 남긴 법정스님 삶의 메시지

정예린 기자 입력: 2018-05-29 18:00


마지막 거처에서 남긴 법정스님 삶의 메시지


마지막 거처에서 남긴 법정스님 삶의 메시지


간다, 봐라/ 법정 스님 저/리경 엮음/김영사/1만4500원

법정 스님이 생애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 강원도 산골 시절, 그때까지 스님이 지니고 있던 노트와 메모, 편지, 그림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수류산방(水流山房)'이라 이름 붙인 마지막 거처에서 세상을 향해 남긴 글과 그림들, 그리고 많은 이에게 감동과 가르침을 준 작품들의 토대가 된 메모들이 여덟 가지 주제로 새로 탄생했다. 편집자인 리경은 수류산방에 터를 시주했던 인연으로 이 책의 자료를 엮게 됐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산중 수행자의 생활을 진솔하게 담은 산거일기를 비롯해 자연과 생명, 홀로 있음, 침묵과 말, 명상, 무소유, 차(茶), 사랑과 섬김이라는 주제별로 다시 모인 법정 스님의 글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퇴고한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메모들을 엮은 만큼 저자의 다양한 생각을 더욱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남은 다양한 이야기는 이제까지 발표된 저자의 책들인 '산에는 꽃이 피네', '인연 이야기'. '오두막 편지', '물소리 바람소리', '무소유' 등의 바탕이 됐다. 그만큼 다시 한 번 법정 스님의 삶에 대한 자세를 살펴보는 계기 또한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책 속의 글을 통해 저자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말한다.

이에 단지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저자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관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 앞에서는 침묵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고통받는 자들에게 충고나 설교를 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애정 어리고 걱정스러운 몸짓으로 조용히 기도함으로써, 곁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스님, 임종게를 남기시지요."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간다, 봐라."

특히 이 책은 법정스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임종게' 또한 최초로 공개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 또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며 옥중 고초를 겪던 무렵에 쓴 세 편의 저항시도 담겨 있다. 뿐 아니다. 김수환 추기경, 장익 주교, 함석헌 선생, 향봉 스님, 구산 스님 등으로부터 받은 편지와 지인들이 간직했던 스님과의 주요한 일화들도 함께 담았다.

이 같이 다양한 글들은 산중의 냉철한 수행자이면서도 세상과의 뜨거운 대화를 놓치지 않았고, 누구보다 철저했지만 늘 따뜻한 유머를 간직했던 법정 스님의 새로운 면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예린기자 yesli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