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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無所有)와 소유(所有)
이상철 자유기고가“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피천득의 수필 ‘은전 한 닢’에 나오는 구절이다. ‘은전 한 닢’은 상해에서 본 늙은 거지가 여섯 달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갖게 된 은전 한 닢을 앞에 놓고 흘리는 눈물의 의미와 ‘은전’ 그 자체를 탐하는 어리석은 욕망을 표현한 수필이다.
인간은 태어나 ‘내 것’에 대한 ‘인지’가 생기면서 소유욕을 갖게 되는데 소유를 통해 충만감을 느끼고, 때로는 ‘행복’이라는 이유로 소유 그 자체에 집착하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인 소유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공급자가 주도하는 시장은 점차 구매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으며 자본주의는 소유욕에 기반한 상품화로 번영의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더 거대해지고, 더욱 더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갈수록 인간이라는 존재가 왜소해 진다는 느낌이 든다. 또, 그 과정에서 심리적인 소외와 공감의 결핍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많은 행동들은 특정 욕구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려는 목적성을 가진다. 따라서 욕구불만족은 과도한 충동으로 소유에 집착하게 만든다. 그래서 소유를 통해 욕구 또는 부족함에서 벗어나는 쾌감을 얻으려고 한다.
쇼핑에 대한 집착도 이런 현상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쇼핑이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는 수단이기 보다는 그 자체의 쾌감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바뀌고 있든 듯하다. 특히, 경제 불황과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젊은 세대들에겐 소소하게 씀씀이를 늘리며, 낭비의 재미를 느끼는 ‘탕진잼’이라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유행이라고 한다.
‘탕진잼’은 재물 따위를 흥청망청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과 재미를 뜻하는 ‘잼’을 합친 신조어로서 구입 품목은 주로 문구류와 저가 화장품 등 작고 저렴한 물건들이다.
젊은 세대들이 왜 ‘탕진잼’을 하는 가에 대한 원인은 분분하지만 건전한 삶의 즐거움과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구조의 부재라는 의견과 불안정한 일자리,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삼포(三抛)세대’들의 현실적 욕구만족의 수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분명한 것은 인류의 역사가 끝날 때 까지 욕망을 다스리지 않고 끝없는 소유만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없다. 또, 소유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했던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정신은 여전히 우리 사회엔 필요하다.
그러나 법정스님이 말한 가지려 하지 않은 ‘무소유’와 오늘날 청년세대들이 가질 수 없는 ‘무소유’의 갭은 너무나 클 지도 모른다.
하루 빨리 이들이 ‘탕진잼’이 아닌 ‘연예, 결혼, 출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회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는 의미의 무소유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의미의 진정한 ‘무소유’의 향기가 그들이 이끌었으면 더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