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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1-21

    [조선일보]14년전 영상 속 法頂 "잘 지내셨습니까" 600여 스님과 신도들 "예~"하며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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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영상 속 法頂 "잘 지내셨습니까" 600여 스님과 신도들 "예~"하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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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서 10주기 추모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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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찬 기자
"그동안 잘들 지내셨습니까?"

스크린 속 법정(法頂·1932~2010) 스님이 묻자 600여 스님과 신도는 일제히 대답했다. "예~."

'무소유'의 수행자 법정 스님의 10주기 추모법회가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상사(주지 덕일 스님)에서 열렸다〈사진〉. 이날 법회는 눈물 대신 웃음과 박수가 이어진 한바탕 잔치였다. 하이라이트는 2006년 4월 법정 스님이 길상사에서 했던 법문 동영상. '스스로 행복하라'를 주제로 펼친 당시 법문에서 스님은 "진정한 행복은 이다음에 이뤄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눈부신 봄날 꽃들에게 행복 비결을 구체적으로 들으면서 이 자리에서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라"고 말하자, 신도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간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법정 스님의 출가 본사(本寺)인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은 요정이었던 대원각을 길상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일암 스님'(법정 스님)과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법문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맑고 향기롭게 살면서 우리 사회에 그 메아리를 울린다면 법정 스님은 영원히 살아계시는 것"이라며 "우리가 스님의 화신이 되고 분신이 되는 것이 진정한 추모"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이 결성한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 초대 본부장을 맡았던 작가 윤청광씨는 "일반적으론 꼬장꼬장하고 까탈스러운 분으로 알고 있지만 법정 스님은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분이었다"며 "한번은 저녁 음악회 때 인사말을 부탁드렸더니 '이젠 늙은 중을 밤무대까지 뛰게 하네?'라고 하신 적도 있다"고 말해 청중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이날 '맑고 향기롭게'는 스님의 수필을 모은 '스스로 행복하라'(샘터) 1500권을 참석자들에게 나눴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