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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1-21

    [경향신문] 3월12일 법정스님, ‘신천지’ 이만희에 묻다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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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2일 법정스님, ‘신천지’ 이만희에 묻다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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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0.03.12. 오전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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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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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지난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며 큰절을 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뒤, 이 총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처음이다. /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2010년 3월12일 법정스님, ‘신천지’ 이만희에 묻다

코로나19 확산을 두고 특정 종교 단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신천지’라 불리는 단체인데요. 이들은 확진자, 사망자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방역작업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비난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수천억원이라고 알려진 단체의 재산, 총회장이라 불리는 이만희씨의 행보 등도 덩달아 논란입니다. 신천지의 종교적 성격까지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국면에서 일부 종교 단체가 보인 무책임한 모습도 ‘신천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예배의 위험성이 지적됐음에도 이를 강행했는데요. 코로나19는 오늘날 종교에 대해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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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한 종교인의 삶이 실렸습니다. ‘무소유의 삶’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이었는데요. 이날 신문은 3개면에 걸쳐 스님의 삶을 소개했습니다. 10년 전 기사이지만 오늘날 종교에 던지는 울림은 결코 낡지 않았습니다.

이날 1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무소유 삶 법정스님, 다 버리고 떠나다’입니다. “무소유의 삶과 맑고 깨끗한 글로 사회에 큰 울림을 준 법정스님이 11일 입적했다. 세수 78세(법랍 55세)”라고 짧게 스님의 삶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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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따르면 법정 스님은 2007년부터 폐암으로 투병해왔다고 합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스님은 입적 하루 전날 정기법회를 열던 길상사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또 “번거롭고 많은 사람들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거행하지 말라”며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 말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평소 승복을 입은 그대로 다비하고, 사리도 찾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따라 별도의 장례행사 없이 송광사에서 다비식만 거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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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삶은 저서 ‘무소유’로 대표됩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됩니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는데요.

또 “단순하고 간소하게 사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삶”이라며 “우리의 삶마저도 ‘소유’가 아니라 그저 순간순간의 ‘있음’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라’”고도 설파했습니다.

‘무소유’ 외에 종교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습관적으로 절이나 교회에 다니지 마세요. 왜 교회에 가는지 그때그때 스스로 물어서 어떤 의지를 가지고 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삶이 개선되죠. 삶을 개선하지 않고 종교적 행사에만 참여한다고 해서 신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라거나 “모든 종교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나 자신만을 위해 수행한다면 그것은 반쪽 수행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타인에 대한 보살핌이 동시에 따라야 합니다”라는 말입니다.

오늘날 스님의 말을 토대로 ‘신천지’를 포함한 종교단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종교단체를 추적해 온 한 단체는 신천지의 재산을 약 5000억원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총회장 이만희씨는 선택받은 144000명만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교리를 내세운다고 합니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라”는 법정스님의 말과는 정반대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예배를 강행하고, 또 이에 모이는 것도 스님의 말과는 다른 태도입니다. “왜 교회에 가는지 그때그때 물어라”는 말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니었을까요?

신천지 측은 쏟아지는 비난에 ‘탄압’,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억울하게 몰리고 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모든 비판의 근원에는 이들의 ‘타인에 대한 보살핌 결여’ 문제가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이 경고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활동을 이어나갔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 단체에서 ‘종교다움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모두를 분노하게 한 것이 아닐까요?

오늘도 어디에서 무엇을하는지 알 수 없는 이만희 총회장. 한 번쯤 법정스님이 왜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는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