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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코쿤(cocoon)족
- 기자명김병길 주필
- 입력 2021.01.28 22:30
- 지면 14면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나홀로 즐기는 ‘코쿤(cocoon·누에고치)족’이 많아졌다. 집 밖으로 나오더라도 격리된 공간을 선호한다. 차에서 즐기는 ‘드라이브 인’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가상공간에서의 ‘연결’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고통은 혼자 방에 머물 줄 모르는 데서 온다”는 말을 남겼다. 법정(法頂, 1932~2010)스님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1978년 이해인 수녀에게 써 보낸 붓글씨 편지에 “수도자에게 있어서 고독은 그림자 같은 것이겠지요.… 수도자의 고독은 단절에서가 아니라 우주의 바닥 같은 것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지요”라고 썼다.수도자의 그림자, 우주의 바닥에서 느끼는 고독. 무슨 뜻일까. 우리는 모두 코로나 수련생이다. 코로나 시기에 깨달은게 있다면 첫째,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둘째 그래서 나만으로 부터 빠져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며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누에가 자라면서 점점 죽음에 가까워진다 해도 계속 실을 잣지 않고 배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 누에가 먹은 뽕나무 잎사귀들이 변화를 일으켜 비단실이 되면, 창조의 과정이 시작된다.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누에는 발작적인 경련을 일으키며 꽁무니를 내밀고는 가르다란 비단실을 한 가닥 한 가닥 뽑아서 인내와 신비로운 지혜로 하얗고 황금빛인 자신의 관을 짠다. 벌레 전체가 비단실로, 육체 전체가 영혼으로 변하는 것보다 더 절박한 의무나 감미로운 고민은 없다. ‘누에는 중생과 같다. 누에가 고치를 만들고 죽는 것처럼 인간은 생사(生死) 가운데 스스로 업(業)을 짓고 죽는다(팔만대장경).’일상의 거리두기에서 배울 수 있는 자신을 위한 절제와 이웃을 향한 그리움으로 ‘누에고치의 삶’을 승화시켜야 한다. 공간의 균을 소독하는 방역 뿐만 아니라 어느새 도둑처럼 몰래 숨어들어온 미움과 탐욕 불신 분노 나태 등 마음의 균도 깨끗이 소독하면서 치열한 생활인으로 돌아가야 한다.출처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https://www.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