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 소설가는 역사의 음지에 묻힌 호남의 인물과 이야기를 형상화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했고 국내 독보적인 '불교문학'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특히 법정 스님의 재가제자로 가르침을 받은 후 불교와 호남,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들로 큰 획을 그었다.
불교계 원로소설가 정찬주씨가 법정스님 14주기를 맞아 산문집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여백출판사刊)을 펴냈다.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은 소설가 정찬주 씨가 지난 91년 봄 송광사 불일암을 찾아가 스승으로 맺은 인연을 소개하고 있으며,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인 일화들과 일상에서 보여준 살아 있는 가르침 및 청정한 수행자로서 개결한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찬주 씨는 법정스님이 왜 마지막 스승인지를 이렇게 밝혔다.
"법정스님은 우리시대, 우리 모두의 스승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왜 마지막 스승이 법정스님이신가? 나로서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첫 번째 스승은 사춘기 방황을 멈추게 해주신 분이 있는데, 나의 아버지이시다. 두 번째 스승은 대학시절에 고결한 문학정신을 일깨워주신 동국대 홍기삼 전 총장님이시다. 법정스님은 내가 샘터사에 입사한 뒤에야 뵀다. 스님의 원고 편집담당자가 되어 스님을 자주 뵙곤 하였다. 스님과 인연을 맺은 지 6년 만에 스님으로부터 계첩과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받고 재가제자가 되었다. 무염이란 '저잣거리에 살되 물들지 말라'라는 뜻이었다. 이와 같은 사연으로 법정스님은 나의 세 번째 스승, 즉 마지막 스승이 되신 것이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스님의 엽서와 편지, 유묵(遺墨)이 처음 공개됐다.
1부는 정찬주씨가 소장하고 있는 스님의 엽서와 편지, 유묵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그것들이 갖는 사연을 사실대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스님의 정신과 품격, 사상 등을 진솔하게 엿볼 수 있다.
2부 1장 '불일암은 법정스님이다'는 불일암 공간에 저장된 정찬주 씨의 추억과 사연들로 채웠다. 불일암이야말로 법정스님이 가장 치열하게 정진했던 공간이고,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자연주의적 칼럼을 활발하게 발표하여 어둔 세상을 밝혔던 곳이기 때문이다. 2부 2장은 정찬주 씨가 듣고 보았던 스님의 말씀과 당시 실제상황을 복기한 글들이다. 그러니 2부 2장은 불교경전의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즉 여시아문(如是我聞)처럼 정찬주 씨의 목격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정찬주 소설가는 '작가의 말'에서 "'내가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을 발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의 지친 영혼에게 다가가서 문을 두드리듯 노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문은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다"며 "종교계마저도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오늘, 내가 전하는 법정스님의 가르침 한 줌이 신산한 삶으로 힘겨운 독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된다면 나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고 적었다.
그는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나왔고 상명여대부속여고 국어교사로 교단에 섰다가 샘터사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들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제자가 됐다.
법정스님에게서 받은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마음에 품고 지난 2002년 이후 화순 계당산 산자락에 자리한 산방 이불재(耳佛齋)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암자로 가는 길'(전 3권) 등 다수를 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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