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잇다’는 “사리를 찾지 말라”는 법정 스님의 당부를 오늘의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가며, 스님의 가르침이 여전히 현재형임을 일깨운다. 저자는 스님의 핵심 사상을 ‘명상하기’와 ‘사랑하기’라는 두 갈래 길로 정리해 깨달음이 삶의 바깥이 아니라 매일의 살림살이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풀어낸다.
법정 스님이 남긴 “사리를 찾지 말라”는 말은 유언이 아니라 수행의 방향이었다. 삶으로 이어지는 ‘뜻 사리’를 찾으라는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일본 선사 도겐의 ‘행지(行持)’ 개념과 연결해 해석한다. 행지는 참다운 살림살이를 뜻하며, 나 혼자만의 깨달음이 아니라 이웃을 살리고 관계를 맑히는 삶의 실천이 곧 수행임을 강조한다.
책은 ‘결·켜·틈’이라는 세 개의 마디로 구성돼 있다. ‘결’은 마음의 매듭을 살피는 자리다. 명상을 통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을 ‘눈부처’로 발견하는 과정이 담겼다. 저자는 우리가 서로의 거울이 될 때 비로소 관계는 수행의 장이 된다고 말한다. 부부와 가족, 이웃의 관계 또한 수행의 자리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비추고 다듬는다.
‘켜’는 삶의 불을 밝히는 장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어머니가 되고, 힘없는 손이라도 내미는 순간에 수행은 현실이 된다. 욕심을 줄이고 만족을 배우는 일, 밥 한 끼를 대하는 태도까지도 명상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여기서 법정 스님의 ‘맑은 가난’ 사상은 결핍이 아니라 삶의 균형과 품위를 지키는 길로 제시된다.

‘틈’은 숨 쉴 여백이다. 말과 침묵, 소리와 고요 사이의 간극에서 수행자는 자신을 돌아본다. “침묵이 받쳐주지 않는 말은 소음”이라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처럼, 말은 곧 마음의 얼굴이다. 낡은 말을 벗고 새 말을 입는 일은 삶의 결을 다시 세우는 수행이 된다. 외로움과 시간, 일과 배움마저도 명상의 대상으로 끌어안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반복되는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보살핌이며, 계산이 아니라 헌신이다. “사랑은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문장은 법정 스님의 자비 사상을 가장 간결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불교의 자비와 다른 종교의 사랑이 다르지 않음을 짚으며 사랑을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보편적 윤리로 제시한다.
명상은 늘 깨어 안으로 깊어지는 일이고 사랑은 따뜻한 눈길로 끝없이 이웃을 살피는 일이다. 하여 마음과 세상,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라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때문에 책은 덜 쓰고 덜 버리며, 나누고 양보하는 삶이야말로 수행의 완성임을 거듭 일깨운다.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잇다’는 법정 스님을 기리는 데 머무는 책이 아니다. 스님의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로 옮겨,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도록 이끄는 생활 수행서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명상하기와 사랑하기, 이 두 갈래 길을 삶 속에서 이어갈 때, 법정 스님의 뜻 사리는 지금 여기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심정섭 선임기자 sjs88@beopbo.com
[1813호 / 2026년 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