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롭게 후원하기

언론

    • 26-06-24

    [ABC뉴스] 법정 스님, 『스스로 행복하라』- 26.03.03

본문

법정 스님, 『스스로 행복하라』

  • 이재욱 기자   
  •  입력 2026.03.03 06:57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비움’에 대해 말하면서도 오히려 더 충실히 살아가라는 뜻
기다림 속에서 마음은 깊어지고, 삶은 더욱 충실해진다.

[김영복의 환골탈태 독후감 32]

우리는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며 살아간다. 더 좋은 날을 기다리고, 더 나은 조건을 만들려고 애쓰며, 더 많은 것을 가지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애써도 마음은 늘 어딘가 허전하다. 무엇인가 조금 부족한 듯하고, 아직 채워지지 않은 자리가 남아 있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해지는 방법’은 열심히 찾으면서도, 정작 ‘행복해지는 마음’은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법정 스님 지음, 샘터, 2021년 5월 19일
법정 스님 지음, 샘터, 2021년 5월 19일

지난달 독서 모임에서 읽은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는 바로 그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다. 책을 선정한 회원은 노자의 무위자연과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함께 이야기했다. 억지로 채우지 않고, 애써 붙잡지 않으며, 비워진 만큼 삶이 고요해진다는 두 사상의 닮은 점을 비교해 주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행복을 찾는 방식이 어쩌면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지혜를 만난 듯한 시간이었고, 함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행복을 자꾸 밖에서만 찾으려 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갈망한다. 그러나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을 읽으며 나는 좋은 일이 생기면 행복해지고,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 줄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 무엇인가를 얻으면 만족해지는 방식으로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스님은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님의 글은 언제나 그렇듯 잔잔하다. 잔잔함 속에는 마음을 오래 붙드는 힘이 있다. 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 깊은 곳에 남는다.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속도를 늦추었다. 급하게 읽을 수 없는 글이었다.

스님은 ‘비움’에 대해 말하면서도 오히려 더 충실히 살아가라고 한다. 무엇을 더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을 더 깊이 느끼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채우려 애쓰지만, 정작 마음을 비우는 연습은 하지 않는다. 욕심을 비우고, 비교를 비우고, 조급함을 비우면 그 자리에 고요함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 속에서 비로소 자신이 보이고, 내가 이미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고 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아침마다 걷는 산책길에서 느끼는 평온함이 왜 그토록 소중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만큼은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나의 시간이었다. 스님이 말한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소박한 일상에 숨어 있었다.

또 하나 오래 남은 말은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결과를 빨리 얻으려 하고, 마음이 조급해지면 쉽게 불안해진다. 그러나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꽃이 피는 데도, 나무가 자라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스님은 우리가 불행한 이유 중 하나는 ‘기다릴 줄 모르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기다림 속에서 마음은 깊어지고, 삶은 더욱 충실해진다고 했다.

나는 일기를 써온 지난 시간과 매일의 걷기를 떠올렸다. 당장 무엇이 달라지지 않아도 묵묵히 이어온 시간이 결국 나를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스님이 말한 기다림은 어쩌면 나를 믿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면 내일의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스님은 자주 ‘자족’을 이야기했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괜찮고,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늘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지만, 비교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남보다 잘 살기 위해 애쓰지 말고, 나답게 살기 위해 애쓰라고 한다. 그 문장은 유난히 오래 남았다. 그동안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비교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글을 더 잘 쓰는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을 보며 나를 재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님의 말은 단순했다.

“그대는 그대대로 충분하다.”

행복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내 곁에 와 있는 것을 알아보는 일, 그것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이었다. 스님은 또 제행무상에 대해서도 말했다. 세상에 영원한 존재는 누구에게도, 그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한때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다. 사라질 날이 정해져 있다면, 그전까지 이웃과 따뜻한 가슴을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의 자리를 잃지 않고, 사람 된 도리를 지켜가며 살 수 있다.

외국 속담에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다. 뒤집어 보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행복과 불행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만들어지고 자라나는 것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면서도 어떤 사람은 감사하며 긍정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불평하며 어둡게 살아간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행복한가, 불행한가.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답은 분명하다. 나는 불행의 편에 서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내 안에서 행복을 길러야 한다. 행복은 이웃과 함께 나누어야 하고, 불행은 딛고 일어서야 한다. 우리는 결국 행복해야 한다.

사람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때 가장 행복해진다. 딴생각이 많을수록 불행해지고, 현재에 몰입할수록 마음은 충만해진다. 스님이 말한 ‘명상’과 ‘마음 챙김’은 어떤 특별한 수행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연습이었다.

꽃은 다른 꽃과 비교하지 않는다. 장미가 코스모스를 부러워하지 않듯, 민들레 또한 해바라기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자기 몫의 그릇을 가지고 왔기에 남과 비교할 이유가 없다. 법정 스님이 마지막까지 무소유를 실천하며 번거로운 장례조차 마다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스님이 말하는 ‘출가’는 절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집착에서 벗어나는 삶의 태도였다.

이 책을 읽은 덕분에 나는 아침에 걷는 산책길이 더 행복해졌고, 일기를 쓰는 시간이 더 깊어졌다. 특별한 변화는 없었지만, 마음의 온기는 분명 달라졌음을 느낀다. 법정 스님은 말없이 나를 앉혀 놓고, 조용히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해 주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무엇을 더 가지려 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을 더 깊이 들여다보라는 그 말이 오래 남는다. ‘스스로 행복하라’는 말은 결국 스스로 사랑하라는 뜻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더 가지려 애쓰며 밖으로 향하던 마음을 거두고, 이미 내 안에 깃들어 있는 평온을 알아보는 일. 삶이 덧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는 일,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따뜻함을 나누는 일이다.

내가 행복하길 원하듯이 다른 사람도 행복하도록 앞장서고, 내가 고통받고 싶지 않듯이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며, 내가 눈물 흘리고 싶지 않듯이 다른 사람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지 않게 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결국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은 나 하나의 평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데 있음을 깨닫는다. 행복은 나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깊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일러 주었다.

[김영복은 33년간 현장 경찰관으로 근무한 뒤, 지금은 읽고 쓰는 삶을 살아가는 에세이 작가다. 지금까지 『굿바이 술』, 『일선 경찰관의 행복한 동행』, 『일기 마력』을 펴냈으며, 계속 저술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