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순인 요즘도 대숲머리에 있는 두 그루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강추위가 오기까지는 얼마 동안 더 달려 있을 것이다.
더러는 꿩과 새들이 쪼아 반쯤 허물어진 것도 있지만 나머지는 말짱한 그대로다.
벌써부터 보는 사람마다 왜 따지 않느냐고 입맛을 다시곤 했지만
나는 과일을 입으로만 먹지 않고 눈으로도 먹을 수 있는 비밀을 알고 있다.
실은, 내 뜰에 놀러온 새들에게 따로 대접할 게 없으니
감이나 먹고 가라고 남겨둔 것이지만,
나는 나대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초겨울 하늘아래 빨갛게 매달려 있는
감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 산방한담 <겨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