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집을 비우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부엌에 들어가는 일이 새삼스럽다.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끓여 먹으러 주방에 들어가기가 아주아주 머리 무겁다.
버릇이란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요 며칠 밖으로 나돌아다니면서 남이 해준 밥을 얻어먹다 보니,
마땅히 손수 해야 할 일인데도 남의 일처럼 머리 무거워진 것이다.
남이 해놓은 밥을 먹을 때는 그저 고마울 뿐.
밥이 질거나 되거나 혹은 찬이 있거나 없거나,
어쩌다 돌이 한두 개 섞였다 할지라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그게 조금도 문제될 수 없다.
남이 차려준 식탁을 대할 때의 그 고마움이란,
자취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놓고 투정을 부리는 것은 결코 복받을 일이 못 된다.
그런 사람은 남의 수고와 은혜를 모르기 때문이다.
- 산방한담 <먹는 일이 큰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