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산그늘이 내릴 무렵
후박나무 아래 파초잎을 하나 베어다가
행건을 풀어 제치고
맨발로 그 위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살갗에 닿는 파초잎의 감촉이 별스러워
삽시간에 더위가 가셨다.
우리 선인들의 더위를 식히는 풍류가
얼마나 멋스러운지 몸소 겪게 된 기회였다.
- 오두막 편지 <안으로 귀 기울이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