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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1-18

    [권오길의 내 인생의 책](4) 무소유 - 버릴수록 크게 얻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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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8.19. 오후 10:42 최종수정 2015.08.20. 오후 2:33 

 

▲ 무소유 | 법정

원고 청탁을 받고 학교 서점에 책 주문전화를 한다. “교수님, 법정 스님 책은…” “아, 참, 그렇지요”라고 하면서도 낭패라는 생각이 든다. 스님이 입적하시면서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느라 자신의 책을 더 이상 내지 말라 하셨으니 말이다.

이런 것을 요행이라 하나? 서재를 쓰윽 훑어보는 순간 책들 사이에 낀 문고판 <무소유>(無所有)(범우사)가 눈에 들었으니 말이다. 무소유는 경향신문, 동아일보를 위시하여 여러 신문, 잡지들에 난 35가지의 글을 모았다.

주옥같은 스님의 책을 따라 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유달리 문고판 책 중에 ‘무소유’ 단락을 읽고 감동하여 내가 ‘뿅’ 갔었고 여진(餘震)이 참 오래 남았다. 불교에서는 무소유란 ‘가진 것이 없이 모든 것이 존재하는 상태’라고 말한다.

법정은 난(蘭)에서 무소유를 깨닫는다. 그는 선물로 받은 난을 3년 넘게 정성껏 볕 쬐고 바람 쐬며, 물 줘 보살피느라 외출도 못하고 얽매이게 된다. 본인이 “이런 정성을 일찍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난초 하나도 집착과 소유욕을 불러온다는 것을 깨닫고 미련 없이 친구에게 떠안긴다. 그때 허전함보다 홀가분함이 앞섰다고 말하면서 ‘이제부터 하루 한 가지씩 버리겠다’고 다짐하며 ‘크게 버리는 자만이 크게 얻는다’고 일갈한다.

또 책 중에 ‘미리 쓰는 유서(遺書)’란 토막글이 번쩍 눈에 띈다. 나도 팔십 줄에 들었으니 그럴 만하지. 글의 마지막에, “내생(來生)에도 한반도에 태어나고 싶다. 누가 뭐라 한대도 모국어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는 이 나라를 버릴 수 없다”고 한다.

필자도 명색이 글쟁이로서 우리 한글이 너무너무 좋다. 국어사랑, 나라사랑이라 했겠다.

실은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집인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에서 스님을 뵙고 있다.

<권오길 | 강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