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롭게 후원하기

언론

    • 22-11-21

    [경향신문] "법정 스님, 불일암 무소유길 복원합니다" 2016.02.02.

본문

경향신문

"법정 스님, 불일암 무소유길 복원합니다"

나영석 기자 입력 2016.02.02. 22:14 댓글 0 

[경향신문] ㆍ송광사 탑전~불일암1.5㎞
ㆍ바윗길 등 6월말까지 정비

법정 스님(1932~2010·사진)이 <무소유>를 집필하면서 생전에 자주 걸었던 전남 순천시 송광사~불일암 간 ‘무소유길’이 방문객들을 위해 새로 단장된다.

송광사 탑전에서 불일암까지 1.5㎞ 구간에는 늘 푸르름을 자랑하는 대나무숲길 50여m를 비롯해 아름드리 삼나무·편백나무, 바람결에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는 상수리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현재의 길은 송광사를 떠나 1㎞ 거리에서부터 경사진 바윗길이 시작돼 어린아이나 노약자는 걷기 어려울 만큼 험난하다. 대나무숲 등을 지나 바윗길을 오르면 순천의 명산 조계산 중턱에 고려시대에 창건된 불일암이 자리한다.

2일 전남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 불일암 입구에 설치된 문이 방문객을 위해 반쯤 열려 있다. 순천시 제공

송광사에 머물며 <무소유>를 집필하던 법정 스님은 1975년부터 조용한 장소를 택해 불일암으로 옮겨 집필에 전념했다. 불일암은 제7세 자정국사(1293~1301)가 창건했으며 자정암으로 불리다 1975년 법정 스님이 중건하면서 ‘불일암’이라고 이름 붙인 현판을 걸었다. 불일암 가는 길에는 법정 스님의 법어가 적힌 팻말 5개가 길잡이를 하며 무소유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순천시는 바윗길 일부를 정비하고 좁은 폭을 넓히는 복원사업을 벌여 오는 6월 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탐방객들이 찾기 쉽도록 이정표가 설치되고 입구에는 안내판도 세워진다.

송광사 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고경 스님은 “길이 험하기 때문에 찾는 이가 편하도록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인공 조형물 등을 마구 설치하는 데는 반대한다”면서 “법정 스님이 다녔던 옛길은 두 사람이 걸을 수 있을 만큼이면 된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2010년 3월11일 열반에 들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불일암에서 수행과 저술활동을 하며 강원도 등지를 찾아 무소유를 설파했다. 조계산은 전국 100대 명산으로 산세가 부드럽고 다양한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어 숲과 계곡에 연간 40만여명의 탐방객이 찾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조계산도립공원 탐방객의 편의시설과 탐방로 및 자연학습장, 편백림 힐링코스, 스토리텔링, 쉼터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 정비해 조계산도립공원 관광 이미지를 개선해 가겠다”고 말했다.

<나영석 기자 ys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