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 입력 2016.05.14. 09:59 수정 2016.05.14. 20:36 댓글 3개
【합천=뉴시스】김기진 기자 = 경남 합천 해인사【합천=뉴시스】김기진 기자 = 원택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합천해인사 백련암)첨부용【합천=뉴시스】김기진 기자 = "나는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남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 못됩니다. 그래서 '여기(해인사) 올 때 나를 찾아오지 말고 부처님을 찾아오시오. 나를 찾아와서는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찾아오면 그 기회를 이용해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3000배를 시킵니다"
법정스님이 경남 합천 해인사를 떠난 지 15년 만에 다시 성철스님을 만났을 때 성철스님이 법정스님에게 한 말이다.
13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원택스님(사진·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은 두 어른 스님간의 '사상 나눔'을 대화로 엮은 책, '설전(雪戰)'이 출간됐다고 밝혔다.
설전(雪戰)은 서릿발처럼 차가운 눈을 떠오르게하면서 부드러운 수행자의 내면을 표현하는 복합적인 의미의 제목이다.
원택스님은 성철스님의 상좌스님으로 평생동안 큰 스님곁을 지켰다.
원택스님은 "'자기를 바로봅시다'라는 성철스님의 법어집을 보면 1982년 1월1일 중앙일보 신년특집으로 성철스님과 법정스님이 1시간 가량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있다. 이 내용을 주 테마로 하고 스님들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꾸며지게 된 것이 '설전'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고 말했다.
성철스님이 1967년께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100일 법문 하실 때 법정스님이 해인사 대중으로 참여해서 성철스님의 법문을 듣고 질문하는 과정도 반영이 되어 있다.
법정스님은 가끔 성철스님을 찾아가 큰 스님이 싫어하는소리도 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몇 번이고 묻고자 찾아갔다고 한다.
또 성철스님도 자신의 책을 법공양하면서 법정스님을 찾기도 했다.
법정스님이 "정말 사람이 성불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성철스님은 "내가 깨친다 깨친다 하는 것은 사람이 그런 깨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다면 만날 노력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오. 땅 밑에 금이 많이 있는 줄 알면 그곳을 파 금이 나오지만, 암만 파도 금이 없을 것 같으면 헛일이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광맥이 사람마다 다 있다는 것을 발견하셨습니다. 이것을 개발하고 소개하는 것이 불교의 근본 생명선입니다"고 화답한다.
이 책에서 두 스님간의 대화를 보면 '깨달음이란 무엇이며, 수행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바른 삶이란 무엇인가'의 내용들이 제시되어 있다.
"나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남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업의 율동이고 메아리입니다." 법정스님의 말이다.
14일 '부처님 오신 날'에 두 스님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들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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