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아름다운 삶·말씀 한데 엮다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현장스님 지음 책 읽는 섬 1만2천800원
명동성당 강론 전문·미발표 편지글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글씨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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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지만 스스로 억제하면서 선택한 맑은 가난, 청빈은 아름다움이며 삶의 미덕입니다. 마음속의 온갖 욕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됐을 때 사람은 비로소 전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삶을 다시 기억하는 한권의 책이 나왔다. 시대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명수필가로서의 면모와 함께 소탈하면서도 인간적인 법정 스님을 만나 볼 수 있다.
보성 대원사의 현장스님은 최근 새 책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를 발간했다. 현장스님은 법정스님의 조카로, 이 책에는 법전스님의 강론을 비롯해 학술회의 발제문, 스님이 애송한 선시(禪詩)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등이 담겼다.
법정스님은 1998년 2월24일 축성 100주년을 맞은 명동성당에서 강론을 펼친 바 있다. 강론을 열기 2개월 전 길상사 낙성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찾아 온 데 대한 답례였다.
스님은 이날 강론에서 물질주의에 함몰된 인간 존재의 문제를 제기했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다”는 가르침을 전했다.
명동성당 측에서 녹취하지 않아 자칫 사라질 뻔 했던 이날 강론 내용은 현장에 있던 이해인 수녀가, 녹음한 CD를 보관한 덕분에 이 책에 담길 수 있었다. 그동안 강론 내용 일부가 소개된 적은 있으나 전문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스님은 이해인 수녀의 CD를 복제해 강론 내용 전체를 소개할 수 있었다. 생전 붓글씨를 즐겼던 법정 스님이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내려간 편지를 읽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수녀님, 예수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겪는 일은 조그만 모래알에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오늘 우리들에게 큰 위로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누리실 줄 믿습니다.”
법정 스님이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 존중의 마음이 듬뿍 묻어난다. 또한 조카인 현장스님이 출가하기 전 보낸 편지에서는 “올바른 수행자가 돼 달라”고 당부하는 스님의 엄격하면서도 따듯한 마음이 묻어난다.
한편, 이 책의 발간을 축하하는 출판기념회도 지난 20일 오후 보성 대원사 아실암에서 열렸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