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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 벗어나 ‘참 나’ 찾는 무소유길 [영상 기행]
순천 송광사~불일암, 법정스님 따라 걷다[문학뉴스/ 글·사진=남인복 기자] 법정스님은 10년 전인 2010년 3월 11일에 입적하셨고,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다비식을 치른 뒤 생전에 거처하던 불일암과 길상사 두 곳에 나누어 누우셨다.(순천 송광사 입구 무소유길 안내표지판)삽상(颯爽)함이 짙어가던 10월 하순. 가을 정취를 듬뿍 품은 산사(山寺)를 찾았다. 자석에 끌려가듯 ‘무소유길’ 안내판 앞에 선다. 길이는 800미터,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속세에서도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채운 것이 있다면 잠시 버릴 요량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나무 사이로 환영하듯 햇살의 빛줄기가 내리비친다.)“무소유란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불필요한 것을갖지 않는다는 것이다.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넘치는 부보다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조붓한 오솔길처럼 이어진 산길을 걸어 불일암으로 간다.)숲은 고즈넉하고 나무 사이로 내려 일렁이는 햇살이 주변을 풍성하게 물들이는 듯하다. 가끔은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잦은 둘숨날숨에 숨도 가빠지지만 가을 나무들이 던지는 차분한 기운에 곧 마음은 가라앉는다.(불일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소박한 대문.)(법정스님이 거처하시던 불일암.)(암자 한쪽 벽에 법정스님의 사진 아래 방문객에게 선물로 주는 책갈피와 사탕 바구니가 놓여 있다.)나무는 나무대로 키를 세우고 길옆 풀더미도나름대로 존재를 알려온다. 곳곳에 세워진 법정스님의 ‘무소유 철학’을 담은 글귀를 읽으며 길을 걷다 보면 햇볕 가득한 정원으로 나아가 불일암(佛日庵)에 닿게 된다. 고즈넉한 이웃집 마당 같다. 문 앞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이 마치 스님이 계시다 알려주는 듯하다.(법정스님의 유해를 모신 곳.)그러나 눈길을 돌리면 ‘법정 스님 계신 곳’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생전에 좋아했던 나무 밑에 쉬고 계신 스님에게 말을 건네 본다.“스님. 파란 맑은 하늘과 암자를 스치는 바람, 마당 가득 퍼진 햇살에 서서히 물드는 나무들의 화려한 색깔의 향연 등. 너무 많이 가지신 건 아닌지요.”(합장~~)“아름다운 마무리는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아름다운 마무리는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세상사에 쫓기는 나그네는 일상의 마무리를 위해 발걸음을 다시 바쁘게 옮긴다.nib503@munhaknews.com©문학뉴스/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문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출처 : 문학뉴스(http://www.munhak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