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행복의 소재는 여기저기 널려 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7.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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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이후 대학을 중퇴하고 출가해 중이 되어 강원도 산골의 오두막에서 밭을 일구는 등 일평생을 무소유로 살다 2010년 3월 11일 입적했다. 살아 생전 『무소유』 『오두막 편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등 수십권의 수필집을 출간한 문인이기도 한데, 그의 책은 펴내는 족족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았다. 다만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는 유언에 따라 대부분의 책이 절판되어 안타까움을 낳았지만, 2020년 열반 10주기를 맞아 대표 수필을 모아 엮은 『스스로 행복하라』(샘터)가 출간되면서 법정 스님의 깊은 사색을 다시금 만나볼 수 있게 됐다.법정 스님은 출가에 관해 “자기 의지와 선택에 따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삶의 궤도를 수정하기 위해 (집을) 나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당시 심정에 대해서는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을 선택해 가다가 그 중립에서조차 바다로 뛰어내린 그런 심정이었다”며 “그 주인공과는 달리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내 식의 생을 끝까지 추구하려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출가는 소극적인 도피가 아니라 적극적인 추구”라고 설명한다.이는 인생의 참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인데, 이에 관해 그는 “수행자는 본래 자기 집이 없습니다. 자기 집이 있거나 개인의 재산이 있다면 수행자일 수 없습니다. 본디 그렇습니다. 집착할 집이 없고 욕심부릴 집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뇌가 없습니다”고 부연한다. 이어 “설사 자신의 힘으로 지어 놓은 절이나 암자라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유물이지 개인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며 “세상이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살아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식이 분산되어 자신의 삶을 자주적으로 살지 못하고 무엇엔가 휘말려 쫓기듯 살게 됩니다”라고 설명한다.무소유의 대명사이듯, 그는 무소유를 행복의 비결로 지목한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라며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경제만이 아니다. 행복의 소재는 여기저기에 무수히 널려 있다. 그런데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가슴을 우리는 잃어 가고 있다”고 한탄한다.유일하게 책에 관해서만은 약간의 소유욕이 있었으나 그마저도 세권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결국엔 그것마저도 “시시하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었다며 “집착을 버리고 나서 보면 모두가 이와 같다”고 설명한다.하나됨 역시 법정 스님이 강조하는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그는 “인간관계가 회복되려면 ‘나’ ‘너’ 사이에 ‘와’가 개재되어야 해. 그래야만 ‘우리’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경제만이 아니다. 행복의 소재는 여기저기에 무수히 널려 있다. 그런데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가슴을 우리는 잃어 가고 있다”고 우려한다.[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