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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 23-07-14

    [경향신문] ①버리고 떠나기 - 법정 - 21.11.14.

본문

①버리고 떠나기 - 법정


사공호상 | 국토지리정보원장


비우며 나를 돌아보는 삶

[사공호상의 내 인생의 책]①버리고 떠나기 - 법정

코로나19로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목숨 걸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가의 명품은 품귀현상이란다. 가진 자는 더 많이 못 가져 안달이고, 못 가진 자는 박탈감에 몸부림친다. 이 와중에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갖은 소문이 넘쳐나고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느라 바쁘다. 이참에 출세를 꿈꾸는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이처럼 혼란한 시절에 시대정신을 일갈하시던 법정 스님을 떠올리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법정 스님은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마음을 잡아주고 아름다운 삶을 가르쳐준 스승이다. 지금도 스님을 만난 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기차로 한나절이 걸리던 시절이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무심히 펼쳐든 책 <버리고 떠나기> 속에서 법정 스님을 만났다. 한참 지쳐있던 내게 스님의 글은 가뭄 끝에 내린 소나기처럼 가슴을 적셨다.

법정 스님은 인적 없는 깊은 산중에서 나무, 새, 별, 바람, 심지어 들짐승과 깊은 대화를 나눈다. 자연과의 교감은 가장 순수한 감정일 때 가능하다. 그런 적이 있었던가? 내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 법정 스님은 돈과 명예를 좇아 살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는 삶의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무엇이건 자꾸만 채우려고 할 뿐 비울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항상 갈증의 상태를 면하기 어렵다.”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 시종일관 ‘무소유’를 강조하고 몸소 실천하신 분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 그 이상을 가지려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 스님은 “적게 가질수록 더욱 사랑할 수 있다. 어느 날엔가는 가진 그것마저도 다 버리고 갈 우리 아닌가”라며 욕심을 버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라고 말씀하신다.

집착하면 버리기 어렵고 탐욕스러우면 떠나기를 주저한다. ‘버리고 떠나기’가 쉽지 않은 시대에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출처 : 경향신문(https://www.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