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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법정스님 무소유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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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4.08 14:11
- 호수 3711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정찬주 지음/ 열림원법정스님의 재가제자정찬주 작가의 스승입적 12주기 추모집“스님의 자취를 따라걷는 영혼의 구도행”‘무소유의 향기’ 법정스님의 입적 12주기를 맞아 정찬주 작가가 스님이 남긴 가르침과 걸어온 길을 그대로 돌아본 마음기행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과 <소설 무소유>를 잇달아 내놨다.저자는 법정스님의 재가제자인 동시에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국 곳곳의 암자와 절을 찾아다닌 암자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2011년 펴낸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의 개정판인 이 책은 법정스님이 남긴 자취를 따라 걸으며 아직도 우리 가슴에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스님의 향기로운 영혼의 목소리를 전해준다. 그래서 이 책에는 법정스님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돌아보려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저자는 스님이 머물렀던 모든 수행처를 경건하게 순례하며 ‘무소유’로 대표되는 그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는 각 장소에 남아있는 스님의 흔적을 문장 속에서 생생하게 재현해내며, 이를 통해 스님이 몸소 체화했던 무소유 사상의 성립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낱낱이 그린다.저자는 대원사를 찾아 법정스님의 속가 조카인 현장스님을 만나 이 책에 대한 영감을 떠올렸다. 그와 현장스님 모두 법정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며 글을 써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공감대를 가졌던 것이다. 저자는 곧바로 작은 카메라와 수첩 하나만을 들고 법정스님의 수행처를 고스란히 순례하기 시작했다. 법정스님의 제자인 상좌 스님들과도 이미 친분이 두터웠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법정스님의 흔적이 새겨진 수행처들을 찾았다. 법정스님의 고향인 해남 우수영으로 향할 때는 스님이 출가하던 날 그랬던 것처럼 일부러 눈이 오는 날을 택하기도 하고, 수행자로서 법정스님이 가장 원숙했던 불일암을 찾아서는 스님이 여전히 옆에 있는 것 같아 스님이 사용하던 앞문을 사용하지 못하고 부엌문으로 드나들기도 한다.진도 쌍계사에서는 스님이 쌍계사로 수학여행을 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미래사 눌암에서는 효봉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던 행자 시절 스님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또 가야산 해인사에서는 문재로서의 스님의 흔적을 더듬고, 봉은사 다래헌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신도들의 ‘봉은사 땅 밟기’를 떠올리며 스님의 마음처럼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쌍계사 탑전에서는 법정스님이 앓아누웠을 때 80리 길을 걸어 약을 구해 왔던 도반 스님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진정한 도반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한다. 또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을 생각하며 산중에서 홀로 묵묵히 정진하셨던 법정스님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길상사를 찾았을 때는 스님이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나서 속가의 여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린다.이와 더불어 저자가 함께 선보인 <소설 무소유>는 30만 부 판매를 기념해 펴낸 개정판이다. 특유의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문학작품과 산문을 써온 저자가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하시며 수많은 이들에게 무소유의 삶을 가르친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소설로 쓴 것이다.법정스님은 생전에 저자에게 ‘세상에서 살되 물들지 말라’는 의미의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지어주실 만큼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곁에서 스님의 삶을 지켜봐 온 저자는 소설 곳곳에서, 쌓아두지 말고 비울 것을 설파했던 스님의 모습, 한 발자국이라도 더 자연 속으로 은둔하려 했던 스님의 모습을 더 집중해 묘사했다.특히 법정스님 사유의 핵심이랄 수 있는 ‘무소유’ 사상의 단초를 스님이 언제, 어떻게 접하게 됐으며, 이를 또한 어떻게 자신만의 ‘법’으로 발전시켰는지, 그리고 이를 상좌 혹은 속가 대중들과 어떻게 나누고 실천했는지 소설 특유의 설득력과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비교할 수 없는 위의(威儀)는 또한 소설 내용에 대해 법정스님을 모셨던 상좌 스님들이 공인하고 감수를 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법정스님의 맏상좌 덕조스님은 “이 책 속에서 스님의 따스한 마음과 무소의 뿔처럼 살아오신 수행의 여정을 담아 늘 깨어 있는 삶과 맑은 가난의 행복함과 소박함의 가치를 세상에 전해주고 있다”고 의미를 전했다.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다른 기사 보기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