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무소유를 수행한 법정 스님이 생전 사용했던 일명 ‘빠삐용 의자’가 예비문화유산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국가유산청 제1회 예비문화유산 공모전에서 ‘빠삐용 의자’가 예비문화유산 우수사례로 선정돼 표창장과 상금을 수상했다.
국가유산청의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제작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향후 등록문화유산이 될 가치가 있는 유산을 발굴·보존하는 제도로, 올해 처음으로 지난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순천시는 이번 공모에 ‘빠삐용 의자’를 비롯해 한창기 선생의 ‘뿌리깊은나무’ 잡지 친필원고, 순천에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형구급차 1호 등 총 19건 78점을 발굴해 지난 3월에 신청했다.
국가유산청은 공모에 접수된 총 246건 1만3171점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류심사·현장조사·종합평가를 시행, ‘빠삐용 의자’와 88올림픽 굴렁쇠·한국 최초 에베레스트 등반 원정대 유물·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유품 4건을 최종 선정했다.
법정스님의 ‘빠삐용 의자’는 스님이 1975년 조계산에 불일암을 짓고 생활하던 당시 땔나무 장작으로 직접 만드신 유품이다. 법정스님은 이 의자에 앉아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 국민적 베스트셀러인 ‘무소유’ 집필기간 이 의자를 제작해 사용함으로써 ‘무소유의 상징’이 됐다.
법정스님은 당시 영화 ‘빠삐용’을 본 뒤 주인공이 육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딴섬에 갇힌 것은 인생을 낭비한 죄였다며 이 의자에 앉아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는 뜻으로 빠삐용 의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선정 사유에 대해 “법정스님은 승려이자 수필가·사회운동가로서 ‘무소유’의 실천으로 국민에게 큰 교훈과 위안을 준 시대의 스승이다”며 “스님 입적 이후 빠삐용 의자는 목포 목상고·서울 길상사·해남 우수영 등 전국 각처에 조형물이 설치될 정도로 대국민적 관심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유산”이라고 전했다.
유산을 발굴해 신청한 순천시 관계자는 “이번 우수사례 시상을 계기로 법정스님 유물을 순천을 대표하는 역사유물로 육성하고 스님의 체취가 깃든 불일암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스님이 이 시대에 주신 가르침을 소중히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순천=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