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기 평전 '비구 법정'...미공개 사진 100여 장 등 게재
월든 숲 오두막 안에서 글을 쓰고 있는 법정 스님 2001년 방문
수필집 <무소유> 등 자연 친화적 에세이스트로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이 1960년대부터 원적에 들기까지 한국 사회 민주화에 앞장섰던 ‘시대의 선지자’였음을 조명하는 책이 출간됐다.
법정 스님(1932~2010) 15주기를 맞아 출간된 평전 <비구 법정-우리 시대에 다녀간 영혼의 스승>이다.
책은 30년 넘게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여태동 기자가 집필했다.
저자는 2020년 법정 스님 인물연구 1호 박사논문인 '법정의 시대정신 형성과 전개과정 연구'를 바탕으로, 불교언론문화상(신문부문 최우수상) 수상 내용 등을 종합해 이번 평전을 완성했다. 책은 법정 스님의 맏상좌 덕조 스님(길상사 주지)이 감수를 맡았다.
저자는 1986년 대학 입학 후 송광사 대구포교당인 삼덕동 관음사에서 열린 사상강연회에서 법정 스님을 처음 만나 큰 덕화를 받았다. 이후 경북대 불교학생회에 입회해 불교활동을 시작했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대구·경북지부에서 활동했다. 육군 7사단 연승사(강원도 화천)에서 불교군종병 생활을 했다. 그 인연으로 1994년 <불교신문> 기자로 입사해 40년이 넘게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접하며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연구하고 있다.
<비구 법정>에는 저자가 해남 목포 흑산도 광주 통영 등 법정 스님의 향기가 담긴 곳곳을 취재하며 발굴한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청년 시절의 행적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책에는 법정 스님의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입증하는 성적표 및 전남대 박광순 명예교수(2023년 작고)의 강연과 회고록을 통해 밝혀진 학창 시절의 비화가 담겨 있다. 또한, 맑고향기롭게,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 고 박광순 교수와 유가족, 파리 길상사 초대 주지 천상 스님, 김정숙 현대문학사 편집자 등의 협조로 미공개 사진 100여 장이 수록됐다.
특히, 법정 스님에게 ‘호우프 씨’라는 애칭을 받았던 김정숙 씨는 <현대문학> 편집자로 재직하며 법정 스님에게 원고를 청탁했고, 1971년 3월호에 실린 에세이 '무소유'가 훗날 책 <무소유>로 이어진 사연을 담은 엽서를 제공해 이번 책에 실렸다.
법정 스님이 '불교신문'에 실은 최초 글 '어진사슴'
법정 스님은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대표적인 불교계 인사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의 대통령 긴급조치 1호에 항거하며 ‘헌법 개정 청원 운동’에 불교계를 대표해 참여했다. 스님은 이 과정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다.
스님은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씨ᄋᆞᆯ의 소리>에 시 '1974년의 인사말', '1974년 1월-어느 몰지각자의 노래', '쿨룩 쿨룩' 등을 게재하며 시대의 부조리를 강하게 비판한 선지식이었다.
법정 스님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방대한 독서를 바탕으로 출가 후 불교를 깊이 체화했다.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탐독한 후 운허 스님을 도와 <불교사전> 편찬 및 <팔만대장경> 한글화 작업을 했다. 또한, 함석헌, 장준하, 황산덕 등과 교류하며 사회민주화에 대한 인식을 넓혀갔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목도한 후에는 군사독재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한 ‘시대의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