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 [새로 나온 책] 비구 법정-우리 시대에 왔다 간 영혼의 스승 - 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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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비구 법정-우리 시대에 왔다 간 영혼의 스승
이준도ㄴ
입력 2025.02.13 14:07
수정 2025.02.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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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 법정-우리 시대에 왔다 간 영혼의 스승 글 여태동, 감수 덕조스님 / 중앙출판사 / 505쪽
"법정 스님은 출세간의 삶을 살면서도 세간의 뭇 중생들의 아픔을 껴안으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고 했고, 몸소 실천행도 보여준 우리 시대를 살다 간 ‘보현보살’이었다." - 본문 중에서
30년 넘게 불교를 취재해 온 기자가 지난 2010년 홀연히 원적(圓寂)에 든 법정 스님의 열반 15주기를 맞아 스님의 일생과 사상을 조명한 평전 ‘비구 법정-우리 시대에 왔다 간 영혼의 스승’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2020년 받은 박사논문 ‘법정의 시대정신 형성과 전개과정 연구’와 같은 해 수상한 신문부문 최우수상 ‘불교언론문화상’의 내용을 종합하고 법정 스님의 맏상좌 덕조 스님(서울 길상사 주지)이 감수해 ‘법정학’ 연구에 밀알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법정스님
책에는 저자가 현장을 취재하며 발굴한 법정 스님의 유년, 학창, 청년 시절 행적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법정 스님의 중학교 시절 우수한 성적을 증명하는 성적표와 스님의 절친한 친구였던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의 강연과 회고록을 통한 학창 시절 비화도 담겨 있다.
또 덕조 스님과 천상 스님, 무소유 원고 청탁 및 수령자인 김정숙 씨의 협조로 세간에서 볼 수 없었던 법정 스님의 모습이 담긴 미공개 사진 100여 장이 함께 수록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이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불교계를 대표해 사회 민주화 인사로도 활동했던 법정 스님의 행적도 책 곳곳에 담겼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 법정 스님은 출가 후 해인사 학인 시절 문학과 철학, 예술을 넘나드는 탐구와 사회 각계각층 인사와의 교류를 통해 사회 민주화에 대한 인식을 넓혔다.
1970년대 법정 스님의 불일암 시절. 사진=중앙출판사
이를 바탕으로 법정스님은 1974년 박정희 독재정권의 비상계엄과 1980년 광주민주항쟁에 대해 시대의 부조리함을 비판하는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불의에 항거했다. 이 때문에 불교계를 대표하는 민주화 인사로 이름을 올려 상당한 고초로 겪기도 했다.
저자는 "법정 스님은 사회 민주화와 세계평화 실현에 노력한 민주인사였고 인류를 파괴하는 전쟁을 반대하고 기후환경을 옹호한 선지자였다"고 강조한다.
혼란한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한 이라면 이 책으로 법정 스님의 지혜와 용기가 담긴 가치관을 전수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