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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 25-08-01

    [법보신문] 법정 스님 수행 여정과 사상 집대성한 추모집 - 0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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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수행 여정과 사상 집대성한 추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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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5 17:44 
  • 수정 2025.03.05 18:07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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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 법정-우리 시대에 다녀간 영혼의 스승
여태동 지음/ 덕조 스님 감수/ 중앙출판사/ 505쪽/ 2만9000원

 

무소유 가르침으로 현대 한국 불교의 길을 밝혀온 법정 스님의 입적 15주기를 맞아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평전 ‘비구 법정 - 우리 시대에 다녀간 영혼의 스승’이 출간됐다.

이번 평전은 법정 스님의 수행 여정과 사상을 집대성한 기록으로, 유년기부터 출가 후의 행적을 다루며 스님 삶의 전환점이 된 사건들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특히 법정 스님이 직접 남긴 집필 원고 350여 장과 미공개 사진 100여 장이 포함돼 있어 더욱 생생한 기록이 되고 있다. 또한 ‘무소유’의 탄생 배경과 과정도 상세히 담겨 있다.

법정 스님은 단순한 자연주의적 에세이스트가 아니라, 시대의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는 실천적 수행자였다. 1974년 긴급조치 시기에는 박정희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시와 글을 발표하며 불교계를 대표하는 민주 인사로 활동했다. 이후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목도하며 군사독재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으며, 그 과정에서 감시와 탄압 속에서도 불교계와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냈다.

출가 후 법정 스님은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탐독하며 불교 사상에 대한 깊은 연구를 이어갔다. 운허 스님과 함께 ‘불교사전’ 편찬에 참여했고, 한문으로 된 불교 경전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스님의 사상적 토대는 초기불교에서부터 반야·법화·화엄·선사상에 이르는 다양한 수행법을 아우르며 깊어졌다.
 

법정 스님 입적 15주기를 맞아 사상을 조명한 평전이 발간됐다.
법정 스님 입적 15주기를 맞아 사상을 조명한 평전이 발간됐다.

사상적 깊이를 더한 법정 스님의 정론직필은 봉은사 부지 매각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1980년대 후반 봉은사 2만 평 부지가 국가에 의해 매각될 위기에 처하자, 법정 스님은 ‘침묵은 범죄다’라는 칼럼을 기고하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스님의 외침은 불교계의 단합을 이끌어냈으며, 이후 조계종의 정체성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법정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통해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기도 했다. 자연을 경외하며 환경 문제를 불교적 인과론으로 해석했고, 생태적 삶을 강조하는 ‘에코 카르마’ 사상을 제시했다. 이는 현대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사상적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스님은 종교 간의 벽을 허물며 가톨릭 수도자들과도 깊은 교류를 나눴고, 인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은 불교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스님은 수행자의 한 사람에 머물지 않고 시대의 아픔을 껴안으며 실천적 행보를 이어갔다. 그래서 스님의 글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성찰을 담고 있으며, 불의에 항거하는 강직함도 함께 드러난다.

그래서 이번 평전은 스님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재조명하는 한편, ‘법정학(法頂學)’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67호 / 2025년 3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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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27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