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불일암에 들어가 만든 의자는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말짱하다. 장작더미 속에서 쓸만한 참나무 통장작을 고르고 판자쪽을 잇대어 만든 것인데, 사용 중에 못이 헐거워져 못을 다시 박은 것 말고는 만들 때 그대로다.” (법정스님 <오두막 편지> 중에서)



법정스님이 불일암에 들어간 이듬해인 1976년에 직접 만든 ‘빠삐용 의자’가 첫 예비문화유산 10건 중 하나로 선정돼 12월1일 선정증서 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정신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학술포럼도 열려 관심을 모았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12월1일 국립고궁박물관 별관강당에서 올해 첫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한 ‘법정스님 빠삐용 의자’를 비롯한 10건의 예비문화유산에 대한 선정증서 전달식과 예비문화유산 ‘미래비전확립’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장여동 순천시 국가유산과 근대문화유산팀장은 ‘법정스님 삐삐용 의자’에 대해 정신문화유산으로서의 활용가치에 대해 발표했다. 장 팀장은 빠삐용 의자에 대해 “참나무 장작을 잇대어 만든 것으로, 처음에는 앉은 자리도 장작이었으나 후에 판자로 교체했고 둥근 장작을 그대로 또는 길게 쪼개어 세로로 세운 장작 4개, 가로로 눕힌 장작 9개 등 총 18개를 사용해 직각으로 만나는 부분은 끌로 홈을 파 결구시킨 후 못으로 박았다”고 기본정보를 설명했다.


이어 빠삐용 의자를 만든 법정스님은 “한국인이 존경하고 기억하는 대표적인 어른으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그로가 행동을 통해 실천한 청빈한 삶과 가르침은 대중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청신한 일상과 시대의 스승으로서 모습은 종교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인물평을 했다. ‘무소유’의 의미에 대해서도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인용해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장 팀장은 “빠삐용 의자는 법정스님의 삶과 철학이 투영된 것으로, 의자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어 법정스님을 상징하는 유물로서 의미를 확보하고 있다”며 “맏상좌 덕조스님의 증언에서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거든! 이 의자에 앉아서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지 생각해보는 거야’라고 했듯이 의자의 이름과 의미부여가 법정스님에 의해 직접 이루어졌고, 스님이 직접 만들어 수십 년간 사용한 의자로서 뚜렷한 독자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팀장은 빠삐용 의자에 대해 정신문화유산으로서 활용가치를 모색해 △불일암 옆 ‘송광사 16국사 부도’(제7세 자정국사 묘광탑)와 연계해 근현대 송광사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법정스님의 위상 정립에 빠삐용 의자를 적극 활용 △전통산사, 생생문화유산 활용사업 등 스님과 의자를 연계한 프로그램 운영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불일암의 공간성과 스님이 직접 제작 활용한 희소성, 순례길과 조형물을 통한 대중 확장성 등 여러분야에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국가유산청은 국민을 일깨운 어른의 삶과 철학이 담긴 ‘법정스님 빠삐용 의자’, 국민에게 안긴 첫 노벨평화상인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치료 및 간병도구, 의성 자동 성냥 제조기,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유품, 제21회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양정모 레슬링 선수 금메달, 제41회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기념물, 한국남극관측탐험대 및 남극세종과학기지 관련 자료, 1977년 에베레스트 등반 자료, 1988년 서울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 등 총 10건의 예비문화유산에 대한 선정증서 수여식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빠삐용 의자’에 대한 선정증서를 전달받은 길상사 주지 덕조스님(법정스님 맏상좌)은 소회발표에서 “이 의자는 단순한 생활도구가 아니라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삶, 그리고 ‘무소유’의 가르침을 온전히 품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정신적 유산”이라며 “우리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스님의 숨결이 배어 있는 그 삶의 향기, 그리고 시대를 넘어 울리는 무소유 정신이 다시한번 우리 사회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뜻깊은 순간을 마주하니 빠삐용 의자를 통해 스님이 남기신 삶의 향기와 가르침이 우리 시대의 지혜가 되고, 미래세대의 길잡이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인동 소재 이상의집에서 예비문화유산 최초 선정을 기념해 그 안에 담긴 국민의 이상과 열망을 조명하는 사진전 ‘우리가 꿈꾼, 그 이상’을 개막해 12월15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