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 사형님께
법체 청안하시옵니까
사중 도난 사건으로 얼마나 염려가 많으신지요.
진즉 찾아가 뵈옵고 위로의 말씀 드리려 했는데 이곳 사중의 종불사와
제 개인일로 실례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00스님 원본을 찾게 되어 마음 놓입니다.
형상으로 된 물건을 보물이라 해서 세상에서는 야단이지만
본분상으로 볼때 뭐 그리 대단한 것이 되겠습니까
불사에 쓰이던 일상용품을 해묵은 것이라 해서 보물로 다루고 있는 세상사가 가소롭기까지 합니다.
본래무일물의 도리를 세속의 관리들도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일로 해서 대중이 많이 흩어졌다니 유감스런 일입니다.
도장을 이룰 큰일을 두고 볼때 이번일은 조그만 00에 지나지 않습니다.
달리 생각마시고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도장을 수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 문집 원고는 손질을 끝냈습니다.
겨울을 나시면 상단법문을 사형님게서 교열해 주십시오.
이만 줄입니다.
11월 9일 법정올림